챗GPT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챗GPT]
[인포진 이호정 기자]서울중앙지법이 23일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는 위메이드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을 열었다. 위믹스 측은 "명확한 해지사유가 없다"고 주장한 반면, 거래소 측은 "보안 미비와 불성실 공시"를 맞섰다.
"198억 냈는데…계약 일방 해지 부당" 위믹스 측 반박
위믹스 측 대리인은 이날 심문에서 "위믹스는 국내 코인 중 시가총액 2위인 대한민국 대표 가상자산인데, 채무자들의 갑작스러운 거래지원 종료 결정으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위믹스 측은 거래지원 계약이 쌍무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채권자 위믹스는 거래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채무자들에게 모두 합쳐서 198억원이라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다"며 "거래소가 계약을 일방 해지하려면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들이 제시한 불성실 공시 사유에 대해서는 "해킹과 같은 보안사고는 당시 적용된 가이드라인에서 공시해야 할 중요사항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채무자들이 이를 확인한 후 급히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보안사고 발생을 중요사항으로 추가했지만, 이는 2025년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시 시기와 관련해서는 "위믹스는 해킹 사실을 공시했으며 미공시한 적이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도 추가 유출 방지를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후에 유출 사실을 알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미국 SEC는 사이버 보안사고 발생 시 4영업일 이내 공시를 요구하는데 위믹스는 1영업일 이내에 공시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해킹 원인 규명에 대해서는 "모든 업계 전문가들이 해킹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위믹스는 분명하게 해킹의 원인을 밝혀냈고, 더 이상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도록 대응 조치 및 추가 조치까지 모두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거래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이러한 판시가 나온 이유는 상장폐지라는 용어의 유사성 때문에 한국거래소의 주식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판단을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시 늦추고 원인도 불명확"…거래소 측 신뢰 상실 주장
반면 거래소 측 대리인은 위믹스의 해킹 대응과 보안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반박했다.
거래소 측은 공시 시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거래소 측 대리인은 "통상적인 해킹 사고 발생 시 해킹 당한 주체는 이를 인지하자마자 먼저 대외 공지를 해야 한다"며 "해킹 물량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도록 프리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 대리인은 갈라코인 해킹 사례를 들어 "해킹 사건 발생 2시간 후 재단이 공격자 계정 권한을 차단하고 블랙리스트 등록을 통해 2억달러 중 1억8000만달러를 동결시켰으며, 이 모든 조치가 1일 내에 완료됐다"고 비교했다.
거래소 측은 위믹스의 경우 "2월 28일 해킹을 인지하고 다음 날인 3월 1일 4시경 1차 공지를 준비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지 시점을 재검토했다"며 "결국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해킹 원인에 대해서는 "위믹스에서 제출한 해킹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인데, 이 중 어떤 경위로 공격자가 들어왔는지 특정할 수 있겠느냐"며 "해킹 사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당연히 취약점 치유가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 대리인은 거래소 내부 보안팀 자문 결과를 인용해 "서버가 인터넷에 노출됐는데 해당 서버가 이미 오염된 것인데 이를 접근 통제 강화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이냐", "즉시 탈취가 가능한 심각한 보안 취약 서버가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에 대한 보안 패치를 시행했느냐"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거래소 측은 또 "거래소가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상장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고 해킹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보안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방대한 문제를 갖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까지도 거래지원을 유지할 수 없다면 국내 거래소들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대단히 큰 우려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경기도 성남시 위믹스타워 [사진: 이호정 기자]
"통지는 프리징 위한 것" vs "제한적 조치로 90% 매도"…설전 격화
양측은 세부 쟁점들을 두고도 치열한 재반박을 주고받았다.
거래소 측이 2022년 위믹스가 작성한 확인서를 근거로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자, 위믹스 측은 즉각 반박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이 부제소 합의는 2022년도 유통량 문제로 거래지원이 종료된 부분에 관해서만 다시 동일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해킹 같은 제3의 사례가 발생할 경우까지 모든 사례를 포괄해서 부제소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외 거래소 통지 문제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거래소 측이 "해외에는 공시하고 국내에는 공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위믹스 측은 "해킹을 인지한 후 탈취된 코인이 외국 거래소로 흘러간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에 외국 거래소들에게 이걸 프리징시킬 수 있는지 알리는 차원에서 통지한 것"이라며 "공시를 한 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손실 보상 논리를 두고도 맞섰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거래소는 해킹으로 인한 가격 하락 손해는 재단이 부담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거래지원 종료 결정으로 인해 급락한 손해에 대해서는 투자자 개인의 투자 책임 원칙에 의해 개인이 알아서 부담할 손해라고 주장한다"며 "서로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거래소 측 대리인은 "통지 방식으로는 계속해서 거래되는 지갑들을 계속 특정해서 그 많은 거래소들에 알려줘야 되기 때문에 결국 그 통지 방식을 취한 것은 해킹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인 통지라는 방식을 쓴 것"이라며 "그로 인해 당일에 이미 90%의 해킹 물량이 매도되고 출금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재반박했다.
재판부 "해킹 경위 소명하라"…30일까지 최종판단
위믹스 측은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들어 기존 판단 기준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2024년 말 기준 가상자산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으로 자본시장 15조원을 능가하는 시대가 왔다"며 "더 이상 과거처럼 사적 자율이 아니라 공적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위믹스 측에 해킹 침투 경위에 대한 추가 소명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현재도 이 침투 경위에 대한 파악이 안 된 건가"라고 질문하자, 위믹스 측 대리인은 "그 부분은 이미 모두 규명됐다"며 추가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오는 26일까지 추가 서면을 제출하도록 하고, 늦어도 30일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현재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일은 6월 2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다.
위믹스 측 대리인은 마지막 발언에서 "그동안 이런 거래지원 종료에 대해서 법원이 거래소의 재량을 최대한 인정해줬던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 지금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이 변경됐다"며 "이 사안은 기존 결정과 달리 한번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상장폐지 결정의 정당성과 거래소 재량권의 한계를 둘러싼 첫 본격 법적 다툼으로,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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