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사진: Reve AI]
[인포진 황치규 기자]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Genius Act)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암호화폐(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원까지 통과할 경우 지니어스 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으로 공식 제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의회 휴회 전 통과를 원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니어스법은 공화당 테네시주 상원의원 빌 헤거티가 제안한 포괄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로 미국 달러와 같은 통화 단위에 고정되고, 발행자에게 정해진 금액으로 전환·상환·재매입 의무가 있는 디지털 자산, 즉.결제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s)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자금세탁방지 및 재재 규정들을 따라야 하며 500억달러 이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감사를 받은 금융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또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부 소속 공무원들과 의회 의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없다.
큰틀에서 지니어스 법 통과는 2400억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산에 기폭제로 평가 받는다. 규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회사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관련 업계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유력 금융 회사들 외에 월마트나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애플, 에어비앤비, 구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트위터) 등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해 암호화폐 기업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은행들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확장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지니어스 법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특히 세계 최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인 테더가 지니어스 법 통과 이후에도 현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로 급부상했다.
크립토 전문 미디어 뱅크리스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테더 지위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테더가 2025년 3월 31일자로 내놓은 분기 준비금 보고서에 따르면 USDT 공급량 중 최대 85%만이 지니어스법을 따르는 준비금에 기반한다. 모든 결제 스테이블코인에 적용되는 1:1 담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테더 감사 기관인 BDO 이탈리아는 미국 등록 공인 회계 법인이 아니며, 테더 준비금 보고서는 미국 공인 회계 감독 위원회(PCAOB) 감사 기준을 따르지도 않는다. 테더 보고서는 지니어스법 아래서는 월별 공개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게 뱅크리스 지적이다.
법제화를 둘러싸고 낙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니어스법 관련해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금융 시스템을 흔들지 않는다는 보장할 기본적인 안전 조치들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된다고 해서 은행에 있는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지니어스 법 아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때 발행사들은 준비금(reserve)으로 달러를 받는다. 발행사들을 준비금을 은행 계좌에 보관하거나 국채를 살 수 있다.
국채를 사는데 들어간 현금은 자산 매도한 곳계좌에 들어간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현금을 환매조건부거래(repurchase agreement transactions, 레포 거래) 일환으로 은행에 빌려줄 수도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관련돼 있는 자금을 은행 시스템 밖으로 빼져 나가지는 않는 셈이다.
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개인이 정부 예금 보험으로 보장되는 25만달러 미만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보낸다면 해당 자금은 예금 보장이 되지 않은 잔고 계좌에 있게 된다. 이들 예금은 은행 입장에선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4월 연구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향후 몇 년 내 세번 째로 큰 국채 단기채권(Treasury bills) 구매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특히 미국 재무부 단기 만기 채권과 같은 일부 부문은 암호화폐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변동성에 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용으로 많이 사용됐고 최근에는 국가들을 넘나드는, 이른바 크로스 보더 결제 수단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크로스 보더 결제와 관련해 실용성은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크립토 미디어 우 블록체인(Wu Blockchain)에 따르면 잭 장(Jack Zhang) 에어월렉스(Airwallex) 공동 창업자 겸 CEO인 G10 선진국 간 B2B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실제 가치를 의심하는 일련의 트윗을 게시하며 전통 금융계와 암호화폐 커뮤니티 모두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먼저 G10 국가 간 B2B 크로스 보더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외환 비용이나 결제 속도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로 시작된 결제에서 수취인이 최종적으로 유로(EUR)를 받아야 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오프램프’ 비용이 전통적인 은행 간 시스템 통한 직접 외환 전환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 맥락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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