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현금 사용 인구 14억명…암호화폐 채택 확대하려면

암호화폐가 금융 혁신을 이루려면 현금과 공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사진: 인포진]

[인포진 홍진주 기자]암호화폐 업계는 지난 수년간 디지털 지갑과 거래소 앱이 전 세계에 금융 포용성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하며 이를 추진해 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14억명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암호화폐 채택률은 8%를 겨우 넘은 수준이다. 탈중앙화와 접근성을 내세운 이상이 현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십억 인구를 간과한 셈이다.

관련해 17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암호화폐가 진정한 의미의 금융 포용을 실현하려면 현금 기반의 맞춤형 오프라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현금이 필수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은행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으며, 디지털 문해력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렇듯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디지털 중심의 암호화폐 시스템을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없이 작동하는 오프라인 암호화폐 솔루션이 도입될 경우 채택률은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의향은 있지만, 현실에는 자신들의 생활환경에 맞는 접근 경로가 없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금융이 현금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거래의 75%가 여전히 현금으로 이뤄지지만, 암호화폐 채택률은 14%에 달한다. 모로코 역시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16%의 인구가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는 72%가 현금 결제에 의존하고, 인도조차도 63%가 현금 거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이러한 지역 공통 특징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일상적인 거래에 이를 통합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 간극을 해소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사진: Reve]

암호화폐 채택의 장벽은 기술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 경제적 조건, 지역 금융 습관에도 영향을 받는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결점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디지털 지갑이나 은행 앱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유일한 접근 방식이라는 가정이다. 이는 여전히 현금 기반 경제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을 외면하게 만든 요소이기도 하다.

매체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요하기보다는 암호화폐가 지역 결제 설정에 맞는 형태로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물리적 블록체인 연동 지폐, QR 코드 기반 상품권, 문자메시지를 통한 송금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아프리카 M-Pesa는 은행 계좌 없이도 현금을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할 수 있는 대리점 기반 모델을 통해 662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바 있다. 암호화폐도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적용하면, 사용자들이 지역 상인과 거래할 수 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기본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를 가능케 하는 '마찬쿠라'(Machankura)라는 서비스가 등장해 1만3600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매체는 "암호화폐가 금융 혁신을 이루려면 디지털 지갑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금과 공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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